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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을 적신 ‘첼리스트 배성우 귀국 독주회’

‘한순간 모두를 몰입시킬 수 있는 음악적 재능 입증’

메타TV뉴스 | 입력 : 2022/11/12 [17:49]

[구리=송영한 기자]떨어지는 단풍잎 하나에도 가슴이 시려지는 가을날에 잘 어울리는 것 두 가지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커피와 첼로를 꼽을 것이다.

 

낙엽이 쌓인 벤치에 앉아 커피 한 잔을 앞에 놓고 오펜바흐(Offenbach.J)의 '자클린의 눈물(Les larmes du Jacqueline)' 첼로 연주를 듣다 보면, 그 처연한 멜로디로 인해 더 깊은 절망에 빠지기보다는 오히려 위안을 얻는 아이러니를 체감하기 때문이다.

 

클래식에 그리 조예가 깊지 않은 사람이라도 바흐(Johann Sebastian Bach)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이나, 생상(Camille Saint Saens)의 ‘동물의 사육제 #13(백조)’의 선율을 들으면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 것은 첼로가 사람 목소리와 가장 비슷한 악기로서 원초적인 친근성을 지닌 악기라는 반증이다.

 

혹시라도 “나는 대중가요 이외에는 아는 노래가 없어”라고 말하는 분들은, 딱 첼로 한 대와 밀어를 나누듯이 노래하는 이은미의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를 들어 보시면,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첼로라는 악기에 가슴을 여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예상보다 늦어진 첼리스트 배성우의 귀국 독주회가 11월 10일 예술의 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열렸다.(사진)

 

 

스승인 거장 조영창 첼리스트와 많은 전문 연주자 그리고 클래식 애호가들이 끝까지 자리를 지킨 이날 독주회에서 배성우는, 그가 왜 “소리에 대한 높은 음악적 재능으로 한순간 모두를 몰입시킬 수 있는 음악가다.”라는 평가를 받는지를 입증해 보였다.

 

첫 순서로, 프랭크 브리지(Frank Bridge)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네 개의 소품(Berceuse/Serenade/Élégie/Cradle Song)으로 예열을 한 배성우는, 두 번째로 인상주의 음악가 드뷔시(Claude Achille Debussy)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Sonata for Cello and Piano in D Minor, L.135)를 연주했다.

 

이어 베토벤(Beethoven, Ludwig van)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 2번(Sonata for Cello and Piano in G Minor, OP.5, N.2)으로 정점을 찍고 인터미션으로 숨을 고른 후, 그리그(Edvard Grieg)의 첼로와 피아노를 위한 소나타(Sonata for Cello and Piano in Aminor, OP.36)로 피날레를 장식했다.

 

그리고 커튼콜을 한 관객들에게 멜로디의 천재라 불리는 라흐마니노프(Sergei Rachmaninoff)의 유일한 첼로 소나타(Cello Sonata in G Minor, Op.19) 3악장을 앙코르로 선물했다.

 

“나의 음악적 재능을 어떤 장르에도 귀속시키지 않으려 한다.”라고 말한 배성우는 이날 연주에서 고전에서 낭만으로 가는 디딤돌을 놓은 베토벤 열정과 근대음악에서 현대음악으로 가는 다리를 놓은 드뷔시의 몽환적 색채를 독특하게 해석함으로써, 그가 깨뜨려 나가야 할 앞날의 음악적 방향성을 암시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느낌은 그의 완벽한 연주 테크닉에서 그리고 악상이 전환될 때마다 표현되는 그의 천의 표정에서 읽어 낼 수 있었다.

 

우연의 일치인지 모르겠으나, 배성우의 이날 주 레퍼토리는 소품을 제외하고는 앙코르까지 모두 가을에 어울리는 단조곡이어서 나에게는 고전적 형식의 이런 곡들이 판타스틱하게 들릴 정도였다.

 

아울러, 이날 공연에서 협연한 피아니스트 김재원은 2017년 듀오 리사이틀 공연 때부터 올해 초 발매된 ‘연극 작은 아씨들’ 앨범 中 ‘시인의 사랑’과 ‘환상 소곡집’ 등에서 호흡을 맞춰온 사이로 이들의 연주는 관객들에게 마치 첼로와 피아노 독주회를 한꺼번에 관람하는 듯한 선물을 주었다.

 

특히, 앙코르곡에서 이들 첼로와 피아노의 속삭임은 두 악기가 함께 묻고 대답하는 밀어를 통해 둘이 아닌 하나가 되었다.

 

배성우는 현재 국내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현대음악 앙상블 팀에서 활동하고 있다. 

 

귀국 독주회라는 알의 껍질을 깬 첼리스트 배성우가 그만의 음악적 나래를 맘껏 펼치며 창공을 날아오르기를 바란다.

 

먼 훗날 누군가 “당신은 2022년 가을에 무엇을 했느냐?”라고  묻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장르와 형식에 갇혀있지 않은 한 자유로운 음악가의 첼로 독주회를 보았다.”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첼리스트 배성우는 누구인가?

경기 구리시 교문초교와 장자중학교를 거쳐 선화예고를 수석 졸업한 첼리스트 배성우는 연세대학교 음대에 진학한 뒤, 독일에 유학해 세계적인 첼리스트 조영창에게 사사 받아 ‘Essen Folkwang 국립음대’에서 학ㆍ석사 과정을 졸업하고 첼로 전공자로는 최초로 ‘Konzertexamen’과정에 입학해 최우수 성적으로 졸업했다.

 

다양한 음악축제와 마스터클래스에서 세계적 거장들에게 가르침을 받았던 배성우는 실내악에도 관심이 많아, 아트실비아 실내악 오디션 특별상을 받았고, ‘퀼른 국립음대’에서 실내악 석사 과정을 수료했다. 

 

Yehudi Menuhin 장학재단과 Villa musica 장학생으로 활동한 배성우는 ‘A.Rubinstein International Competition’ 1위, ‘London Grand International Competition’ 1위, ‘N.R.W Virtuosen von Morgen Audition’ 1위 등의 입상 기록을 쌓고, 다양한 독주 음악회와 실내악 무대는 물론, 솔리스트로서 뒤스부르크ㆍ본ㆍ도르트문트 필하모닉 등 세계 유수의 오케스트라와 협연하고 모교인 연세대학교 오케스트라의 솔리스트로 선발돼 협연한 바 있다.

 

국내 여러 오케스트라의 객원 수석을 역임한 배성우는 현재 가장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팀으로 평가받는 현대음악 앙상블인 ‘앙상블 블랭크’와 쳄버 뮤직 소사이어티 ‘라운드 테이블’의 첼리스트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무브 투 헤븐’의 대역 첼리스트 그리고 전석 매진의 기록을 가지고 있는 라이브 컴퍼니 ‘위 클래식’ 소속의 솔리스트와 수석 첼리스트로 ‘히사이시 조’ 와 ‘엔이오 모리꼬네’ 영화음악 콘서트에서 농익은 최고 수준의 연주를 보여주며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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