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기사
뉴스 많이 본 기사
|
사진은 대추야자의 어린 새싹입니다.
몇년 전 지인들과 도봉산 산행을 했는데요, 산중턱쯤에서 잠시 쉬면서 과일을 먹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동행중 한 명이 한번도 보지 못한 대추 같지만 대추는 아닌 이상한 과일을 먹기 시작했습니다. 한알 만 먹을 수 있겠냐고 부탁을 하며 이름이 궁금하여 물으니 대추야자라고 말합니다.
순간 내가 반색을 하며 대추야자 몇 알을 얻자고 하니, 지인은 정색을 하며 몇 개를 건네 주었습니다.
사실 개인적으로 대추야자가 꽤 보고 싶었었습니다. 내심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손에 들고 한참을 자세히 보고 있노라니, 지인은 나를 이상한 사람쯤으로 보는 것 같았습니다.
여기서 대추야자에 대한 얘기를 잠시 해 보겠습니다.
AD 73년 이스라엘은 로마의 침공을 받고 멸망직전에 처했습니다.
약 3년간의 전투 끝에 마지막 항전을 벌이게 되었고 마사다라는 해발 약 470m 높이의 산에서 967명이 최후의 항전을 벌이다 자결을 하게 됩니다.
모두가 자결 후 성은 불타고 무너지고 점령당했지요. (현재에 일부 이스라엘 학교들은 학생졸업식을 그 마사다에서 거행하면서 역사의식을 고취시킨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참혹한 전쟁 후 약 2,000년이 흐른 뒤 할로위라는 학자가 역사의 현장을 발굴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무너진 성안에 창고터에서 일부는 불에 타고, 일부는 남아있는 대추야자 씨를 발굴하게 됩니다.
이때만 해도 이스라엘에 대추야자가 거의 없던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주로 책을 통해서만 보았던 대추야자씨를 발굴하면서 할로위 박사는 너무 기뻤고 이를 식물원에 심게 되지요.
얼마 후 이 씨앗은 천수백 년을 뛰어 넘어 생명을 꽃피우게 됩니다.
얼마나 기쁘고 흥분이 되었을까? 천년을 넘게 흐른뒤에 피어나는 씨앗 그 생명이 얼마나 경이로웠겠습니까?
할로위 박사는 이 대추야자에 이름을 붙이게 되는데 구약성경에 나오는 인물 중 가장 오래 살았던 '므두셀라'라는이름을 이 나무에 붙이게 됩니다.
그리고 많은 노력으로 널리 퍼지게 되었다고 하는데, 그게 이 먼 이국땅 대한민국 불암산 자락에서 그 대추야자 씨앗을 만나게 되었으니 저도 모르게 흥분이 되었지요.
대추야자는 맛도 정말 달고 크기도 적당해서 과일로서는 일품입니다. 대추야자 몇 개를 얻어 입안에 넣으니 기쁘기 그지 없습니다. 몇 개를 얻어 먹은 후, 옛 문익점 조상님이 씨앗을 가져오셨듯, 나는 대추야자 씨앗 몇 개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집으로 가져와 화분에 심었습니다.
호기심은 가득했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기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워낙 멀리서 왔는데다가 농산물들은 병충해검역 때문에 생물이 들어오기 어려우니, 반드시 찌고 소독해서 들어 왔으려니 생각이 들어, 장난 반 진심 반으로 작은 화분에 심고 물도 주지 않고 잊고 살았지요.
그것도 밖에다 내놨으니 한달도 넘게 뜨거운 햋빛 아래 가뭄에 방치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약 한달 반 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그냥 오가던 어느 날 작고 푸른싹이 머리끝을 내밀고 있는 것이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웬 못 보던 풀이 났는가 싶었는데요, 자세히 살펴보니 놀랍게도 대추야자가 싹을 틔운 것이었습니다.
2,000년 가까이 묻혀있던 그 인내력이 그 고귀하고 경이로운 생명이 우리 집 화분에서도 잎을 피워낸 것입니다. 저절로 감탄과 감사가 쏟아졌지요.
정말 경이로움 그 자체였습니다.
그 작은 씨앗을 통해 천 수백년을 뛰어 넘어 전해온 생명, 어찌 이보다 놀랍고 반가운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이스라엘에서는 “마사다는 다시 함락되지 않는다”라는 결기어린 말을 한다고 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결기 조차도 수천년을 뛰어넘어 전하는 생명의 힘과 놀라움에는 한수 아래인 것 같습니다.
<저작권자 ⓒ 메타TV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조광하 관련기사목록
|